정의의 자발성
옳은 행위와 옳지 못한 행위는 의식적으로 행할 때에만 판단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행할 때는 우연히 옳은 행동을 한 것이거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므로, 그것에 대해 옳거나 옳지 못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이때는 그저 결과만으로 옳거나 옳지 못하다고 할 뿐이다.
어떤 행위가 정의로운 행위인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는 그것이 의식적인가 무의식적인가에 따라 결정이 된다.
의식적일 때에 비로소 비난을 받고 동시에 정의롭지 못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의식적이지 못할 때는 정의롭다거나 정의롭지 못한 행위라든가 하는 말을 할 수 없다.
의식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 안에서 스스로 알고서 행하는 것이다. 즉 누구에게 무엇을 가지고서, 무슨 목적으로 행하는 가를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모두 우연히 벌어진 것도 아니고, 누구에 의해서 강요된 것도 아니다.
무의식적인 것에는 알지 못하고 행한 일, 알았지만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 혹은 강요에 의한 일이 있다. 이것은 우연에 의한 일이라 정의를 논할 수 없다.
의식적인 행위에는 선택에 의해하는 것도 있고, 선택하지 않고 하는 것도 있다. 선택에 의해하는 것이란 숙고 끝에 행하는 것이다. 선택하지 않고 하는 것이란 미리 숙고하는 일 없이 행해지는 것이다.
사람 간의 공동관계에서 서로 간에 끼치는 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알지 못하고 행한 일은 잘못이다.
첫째, 상해가 뜻밖에 생겼을 때 그것은 재난이다.
둘째, 뜻밖에 생긴 상해는 아니고 약간의 의도 가 있었지만, 악덕 때문에 생긴 과실이다. 잘못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으면 과실이고, 자기 외부에 있으면 재난이다.
셋째, 알고서 하되 숙고 끝에 하는 행위가 아닐 때 그 행위는 옳지 않다. 해롭고 그릇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옳지 않은 행위를 하고 있지만, 악인은 아니다. 이런 상해는 악덕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택을 하고서 악덕을 행할 때 그 사람은 악인이라 하겠다. 옳지 않은 행위를 하고 옳지 않은 사람이 되고 비례와 균등을 깨뜨린 사람이다.
무의식적인 행위 가운데에는 용서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용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무지 때문에 저지르는 과실은 용서할 수 있다. 반면에 본성적인 감정이나 인간의 약점 때문에 빠지기 쉬운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 때문에 저지르는 과실은 용서할 수 없다.
출처 : 니코미코스의 윤리학/정치학/시학
아리스토텔레스/손명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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